[독서] 2022서울 국제 도서전 후기_부제: 안전한 울타리에서의 논의
책에 부쩍 관심이 생긴 요즘,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다.
부랴부랴 동행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연휴 급 약속에 호응하는 사람은 없었으므로 혼전시!
한강 작가님과 황선우 작가님을 보고 싶어서 두 분의 강연이 있는 토요일에 다녀왔다.



보통은 회사에서 참여하는 산업 전시회에 많이 다녀본지라, 전시장의 모든 홀을 사용하는 규모에 익숙했는데. 도서전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쁘띠빠띠하여 이 정도면 2시간 안에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하고 보니 한강 작가님 강연 30분 전. 최대한 앉아서 보고싶다는 생각에, 바로 강연장으로 향해 현장 대기줄에 섰다.

꽤나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강연이 시작하고 나니, 울타리 밖에서 청강하는 인원도 꽤나 많았다.)
사실 한강 작가님의 최근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강연 내용이 크게 와닿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작가님과의 만남이 처음이었던 지라...작가님이 책에 대한 영감을 받는 과정, 소설에 잠겨있다가 빠져나오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되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배달의 민족에서는 '쓰여지지 않은 책을 전시합니다.' 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만의 레시피, 소울푸드, 죽기 전까지 하나만 먹어야한다면? 등의 음식과 관련한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여 글을 쓰는 이벤트였다.
줄이 매우매우 길고 줄어들지 않았는데, 역시 배민 기획력.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는 하지 않고, 전시된 다른 관람객들의 글을 읽어 보았는데 너무 귀여운 글이 많았다.
본인만의 레시피를 물어보는 질문에
'아 이거 비밀인데...'로 시작하는 글도ㅋㅋㅋ귀여웠다ㅋㅋ


책의 발전사를 주제로하는 전시 코너
종이책에서 카세트 테이프, 씨디, e book으로까지 이어지는 책의 형태에 대한 발전부터


디지털 문화의 발달로 인한 인터넷 소설, 장르 문화의 발달.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출현하는 작가.
작가와 주제까지 이르는 책의 변화에 대한 전시를 담은 내용이 흥미로웠다.


인터넷 기사로만 접했던 글 자판기, 구일도시도 사용해보고(역시 줄이 길었음)
글의 끝에 글이 담겨있는 책과 출판사 홍보 문구가 들어가 있었는데, 좋은 마케팅 방법 같다.


출판사 코너도 들러보았다.
독서를 즐기기 시작한지 얼마안된 신출내기는 처음보는 출판사에 신이났다.
안전가옥이라는 출판사였는데, 뒤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관객의 감상은 에버랜드였다. 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올랐는데ㅋㅋㅋㅋ 직원 분들의 범상치 않은 의상과 언변, 분위기에 enfp만이 들어갈 수 있는 회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있는 컨셉과 책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재미난 출판사를 알게된 뜻밖의 수확.


앤솔로지라는 형태의 책을 처음 들어봤는데, 동일한 주제아래 여러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그 어원이 그리스어로 꽃다발이라는 뜻의 안톨로기아(anthologia)라는데, 로맨틱하군.🥰
세련된 앤솔로지의 표지에 자연스럽게 스윽...구매를 했다. 내가 고른 주제는 대멸망. (포스트아포칼립스에 환장하는 편)

다음으로 독립 출판사가 있는 코너로 갔다.
1m 남짓한 책상을 각자의 자리로해서 줄지어선 독립 출판사는 볼거리가 다양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진짜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사람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번에도 30분 일찍가서 줄을 섰다. 역시 가까이 앉아서 볼 수 있었다.


엘르 잡지에서 시작한 엘르보이스 뉴스레터의 필진이라는 이름하에 네 작가가 모였다고했다.

이 강연은 엘르에서 준비한 선물도 있었다. 역시나 오타쿠심장 뻐렁치게하는 스티커와 티켓 모양 홍보물ㅋㅋㅋㅋㅋㅋㅋ+hince립제품까지
강연은 정말...너무 좋았다. 생각보다도 좋아서, 같이 오지 못한 독서모임 친구들에게 영상 링크를 보내며 꼭 보라는 이야기를 전했고. 다음날 만난 두생이에게는 거의 강연을 내 입을 통해 들려주었다🤣



여성의 진정한 열망을 바라보는 법.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검열을 줄이고, 더욱 자기의 목소리를 자신있게 내는 것을 생활화해야한다. 는 황선우 작가님의 말씀.
강연 내내 네 작가가 입을 모아 말을 하던 내용이 있었다.
안전한 바운더리, 울타리 안에서의 논의와 담론을 통해 그 밖을 나아갈 힘을 기르고, 용기를 낼 베이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사월 작가님은 엘르보이스의 필진으로서, 내가 용기 내기 어려운 부분을 다른 필진들이 채워주고 서로에게 용기가 된다는 의미에서 본인이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고.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용기를 내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청중의 질문에
황선우 작가님, 임현주 작가님은 먼저 친한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바운더리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그 힘을 길러가라는 말을 해주셨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친구들과 하는 수다(정치, 경제, 문화, 사회... 주제가 끊이지 않아 대화가 멈추는 법이 없다.)
독서 모임, 도서전 참여.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어쩌면 편안한 바운더리가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곱씹으며 전시장을 돌아보니 어쩐지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 마저 들었다.
완벽했던 첫 국제 도서전 나들이🐤🐥